당의 부병제

부병제는 한인 중에서 병사를 징발할 목적으로 시작되어 이후 당대에 병제로 계승되어 정비된 제도이다. 당은 10도제(道制)를 실시하는 한편, 지방에 절충부(折衝府)를 설치했다. 절충부의 수는 전성기에 630여 개에 달했으며, 대체로 600여 개 전후로 유지되었다. 절충부는 부병의 선발과 훈련 및 번상과 동원 등의 일을 관장했다. 절충부의 부병은 정남(丁男：21~59세)을 대상으로 3정(丁) 가운데 1정을 뽑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매 부마다 상부(上府)는 1,200명, 중부(中府)는 1,000명, 하부(下府)는 800명으로 정해져 있었으므로 경제 형편이 좋은 정을 우선해서 뽑았다. 절충부는 당의 각 지역에 설치되었지만 그중 400여 개 소가 장안과 낙양에 편재되었고, 전국 320여 주(州) 가운데 90여 주에만 설치되었다.

따라서 절충부가 설치된 주에 거주하는 자만이 부병이 될 수 있었고 부병으로 선발된 자는 경사(京師)로부터 부(府)까지의 거리에 따라 5~9번으로 편성되어 부병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1~2개월씩 수도에 올라와 12위(衛)의 위사(衛士)로 복무한다. 복잡하게도 부병은 그 임기 중 1번은 3년간 변경에 가서 방인(邦人)으로 복무할 임무가 있었다. 번상시 금군(禁軍)으로 천자(天子)와 동궁(東宮)의 숙위와 의장 및 장안성 내외와 여러 관청의 경비를 담당했다.

이밖에 변경수비, 출정, 농한기의 훈련 등의 임무가 있었으며, 특권으로 복역기간에는 조용조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부병은 재역기간 중에 항상 절충부에 소집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며 임무가 없을 때에는 일반 농민과 같이 경작에 종사했다는 것이다.

당나라 부병 제도는 자못 일컬을 만한 것들이 있으니, 그 거처와 교양과 축재(蓄財)와 대사(待事)와 동작과 휴식에 모두 절목(節目)이 있었다. 후세의 자손들이 교만하고 나약해 그 제도를 삼가 지키지 못하자 부병이 폐지되고, 변방 진영의 군사가 크게 성대하게 되었다. 현종이 안녹산의 난으로 촉 땅으로 거동할 때에는 겨우 1000명이 호위했고, 숙종이 영무(靈武)현에 이르렀을 때에는 호위 군사가 100명도 채 되지 못했다. 덕종 건중 4년(783)에 반란이 일어나자 백지정에게 조서를 내려 신책군(神策軍) 이라 하여 군사를 보충하도록 했는데 백지정이 슬그머니 시장 사람으로 군적에 집어넣어 평소에는 그 몸이 시장에서 지내다가 급기야 경 땅에서 반란이 일어남에 왕궁의 군사가 적고 약하여 비상시에 대비할 만하지 못해 마침내 당나라가 망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학우가 발표했던 내용에도 있다시피 부병제는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모두 개인부담, 그리고 당나라 중심으로의 오랑캐들을 경계하기 위해 강제적인 군사 징집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소농민 또한 이러한 징집을 꺼려하게 되었는데 이는 변방 진영, 즉 번진의 세력 강화에 더 힘을 실어주게 되었고 당의 멸망을 더욱 당기게 되었다. 이런 제도를 중국에서 받아 과거 고려시대에서도 부병제를 시행했지만 당의 부병이 균전제하의 농민을 주요대상으로 했던 반면 고려의 농민은 균전 없이 부병으로 번상하는 점에도 또 큰 차이가 있었다. 한편 고려의 병제에 대해서, 병사가 당의 부병제와 같이 일반 농민으로 충당된 것이 아니라 군인전을 지급받는 직업군인이라 부병제라도 다른 종류였다는 견해가 있다.